제주대 컴퓨터교육과 면접 - 2024.01.23
제주대학교 면접 후기는 아무래도 겨울 + 섬이라는 요건 탓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많다. 그래서 면접 질문부터 간단히 정리해놓겠다. 제주대학교는 지거국 사이에서도 입결 점수나 섬에 있다는 입지 때문에 육지 학생들 사이에서(그렇다. 제주도민은 도외 한반도 지역을 '육지'라고 지칭한다! 용궁 말이 아니고 제주도 말이다. ㅎㅎ)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편이다. 그렇지만 특색있는 학과들이 있기에 제주대만의 메리트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학과로는 약학과가 있고, 또 컴퓨터교육과도 전국에 몇 남아있지 않은데, 지거국 중에서는 유일하게 정보컴퓨터교과 정교사 2급 자격증을 얻을 수 있는 학교이기도 하다.(교직이수 제외시) 그래서 내게는 사범대를 다니고 교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매우 크게 다가오기도 했다.
익일로 예정되었던 강원대학교 면접은 기상 악화로 인한 결항 탓에 강제 결시하게 되었고, 충남대학교 실기 시험은 1차 탈락이라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면접은 2대 1 블라인드 면접이었고, 전공/인성을 섞어 질문하였다. 사범대다보니 학생들이 싸웠을 때, 교육관 등을 물어볼까 생각했지만, 다음카카오 본사가 옆에 있어서 그런지 CS 관련 질문이 주를 이뤘다.
자기소개, 지원동기, 어떤 수업 들었는지, 했던 프로젝트 무엇무엇 있는지 등을 질문하였고, 마지막에 준비해온 말 해도 되는지 여쭙고 1분 정도 말했던 것 같다(이건 타교와 헷갈리는걸지도 모르겠다). 또 마지막 쯤에 '여기 교육과라고는 하지만 인공지능 관련 활동 많을 텐데 괜찮은가?" 하는 질문을 받았다. 사범대 기대했겠지만 개발도 한다는 것을 언급하는 적응 관련 질문이라는 점에서 "아 나 합격하겠구나"하는 감이 왔다. 거기다 내 학점과 토익 둘 다 최초합 평균보다 높기도 해서 자만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면접 전까지는 그 외 점수가 안정권이어도 다 붙은 것마냥 안심하지 못하는데, 면접을 보고 나오니 한결 편안해졌다.
하지만 제주를 오고가는 것은 내가 예상치 못한 난관의 연속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갔는데 출발부터 눈이 와서 연착, 도착도 제주 현지 기상 악화 탓에 위에서 뱅뱅 돌다 내려왔다. 그래서 예약한 것은 청주공항 0800 출발 비행기였는데, 1030 집결 11시 면접인 거를 10시에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마음이 급해져 학교에 전화해보니 면접 보는 시간은 각 과에서 정하는거라 컴퓨터교육과는 50분까지 들어오면 봐주고 그 이상은 안 된다 했다 하셨다. 그래서 앞에 있는 택시 타려고 했는데 목적지 말하니까 바로 승차거부를 당했다. 거기는 안 간다면서. 그러던 와중에 카카오택시도 안 잡히길래 조금 걸어서 공항 앞에 있는 택시 정류장 갔더니, 기둥에 대문짝만하게 "승차거부 금지, 신고하라"고 적혀있었다. 헛웃음만이 나오는 제주 일정의 시작이었다.
기다려도 택시도 별로 안 오고, 앞에 사람들도 있다보니 콜택시가 나을듯 싶어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제주는 각 동네(권역별)마다 택시 회사가 달라서 그 동네에서 움직이려면 그 택시 회사들만 써야지 안 그러면 못타는 시스템이었다(다만 목적지가 그 동네면 다른 동네에서 타도 됨). 당혹스러웠지만 제주 시내권 회사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고, 결국은 택시 타서 간신히 제주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제주도는 2차선에 상대쪽에서 차가 안 와서 그런지 택시 기사분들이 기본적으로 추월할 때 중앙선을 잠시 넘어서 역주행하고 원래 차선으로 들어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주 일정 내내 대부분의 기사님들이 그러셨으니 딱 시내만 아니면 그렇게 하시는듯 싶다.
면접을 보고 나서 점심 식사 + 공항을 가기 위해서 제주 시내로 버스를 타고 왔다. 버스 정류장에 서있던 청년 한 분에게 올바른 방면의 버스 정류장인지 물었고, 매우 친절하게 옆 정류장임을 알려주셨다. 그런데 공항에 도착하자 제주발 비행기들이 연착나더니 결국 전부 결항이 되었다. 그래서 시내에 모텔 하나 급하게 잡아 다시 공항을 나섰다. 그렇게 제주 시청 앞에 숙소를 잡아 또다시 알게 된 사실 하나. 제주는 눈 오는 저녁이면 밖에 사람이 많지 않다! 저녁 9시면 여기가 제주의 홍대랬는데 가게들이 싹 정리하고 있었다. 길에서 보이는 몇몇 사람들도 다 취해서 헤어지는 인사 중이었다. 길에 택시는 커녕 차 자체가 잘 안 보여서 놀랐다. 저녁 식사를 위해 6시에 움직일 때는 길에서 '도믿걸'에게 붙잡혔는데, 밤 9시가 되니 사이비 분들도 안 계셨다. 역시 그분들도 제주 분이시긴 한가보다.
도믿걸 얘기가 나와서 잠시 해보자면, 요즘은 자신들이 사이비 종교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또 새로운 수단을 배웠다. 요새는 주역을 공부한다고 젊은 여자가 젊은 남자에게 말을 거는 수법도 있었다. 다행히도 어느 정도 관련 지식이 있었기에 "주역 아세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아 알죠. 만물을 이루는 음양 양극이 곧 태극이요 오행이 거기에 더해져 음양오행. 상생상극하며 8괘가 나오고, 또 16괘, 32괘, 64괘로 분화하고, 그런 식이잖아요? 오행의 목을 8괘에 접하면 바람을 뜻하는 손이 나오고 그러잖아요"라고 '설명충'이 되어 와다다다 말을 쏟아냈다. 그러자 "아 주역 공부하세요?"하면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겉보기로 사람을 판별할 수는 없지만, 2030 여성이 주역을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차라리 서양 별자리나 타로 카드를 더 알면 알지 주역은 사이비에 빠져들며 접했을 것. 스스로 주역을 밀고 들어올 레벨이 아니란 것을 알게 했다. 원래는 그냥 무시하고 갔을 텐데, 신호등이 방금 빨간불로 바뀐 상태에서 대로변이다보니 잘 바뀌지 않았다. 그게 그 여성에게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더 나를 붙잡았다면 "와! 주역 아시면 천문지리도 아시겠구나! 자미궁! 풍수!"하며 오타쿠 TMI를 남발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다음날 새벽에 비행기 때문에 공항 가야하는데, 전날 예약은 다 안 된다 했다. 그래서 새벽 5시에 콜택시 회사들에 전화를 돌렸는데, 다들 안 받았다. 몇몇 곳은 받는데 돌려보니 주변 기사 매칭 실패!
근데 웃긴 점이 5개 회사가 있다 치면 A에 전화했는데 B 회사에서 A회사와와 통화하던 그 상담원이 매칭되는 차량이 없다며 연락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어보니 각각 브랜드만 다르고 다 같은 회사라며 자기도 몇 개 있는지 모른다 하셨다. 내가 전화 돌리다 보면 또 자기랑 통화할 수 있다고 하시면서... 내가 전화한 회사 중 최소 3개가 같은 곳이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다행히 택시 추가금을 붙여서 탈 수 있었는데, 기사님 曰 "제주에선 눈이나 비가 잘 안 내린다. 그런데 한 번 내리면 미친듯이 내린다. 그러니까 그냥 택시를 안 꺼내버린다. 그날 하루만 일 안 하면 다른 날에 다 벌 수 있는데 왜? 눈길은 심지어 스노우 타이어 사거나 체인 사서 걸어야 하잖아." 이런 마인드라 눈비 오는 날에는 택시가 별로 없다 하셨다.
결과적으로 이번 일정을 통해 제주는 언어와 화폐가 통하는 타국 같단 느낌 강하게 받았다. 미국인들이 괌에 가면 이런 기분을 느낄까? 아니면 독일 사람들이 스위스에 가면 느끼는 기분일까? 그 전까지는 그냥 타 지역이란 생각만 했는데 괜히 자치도가 아니었다. 눈내리고 비내리면 육지에 못가고 갇히는 지역.
이때 결항이어서 다음날 아침에 김포로 가고, 거기서 또 서울역 가서 이동한거라 그날 강원대 면접은 결시하게 되었다. 내 의지로 포기한 것이고 기상 악화로 참여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섬이라는 특성상 차라리 제주대학교가 면접을 비대면으로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랬다면 제주대 면접 결시자도 좀 줄지 않았을까? 결과적으로는 이번 제주 일정으로 인해 12월에 대만 여행을 간 것까지 합쳐 한 달 동안 국제공항만 5개 들르는 남자가 되어버렸다. 국내선이라 여권에 찍힌 도장이 없었지만, 내가 외국 시민권자였다면 벌써 한국 공항 스탬프 투어 2/3는 돈 사람이지 않았을까 싶다.
'대학 편입학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학년도 편입학 후기 - 6. 전북대학교 면접 (1) | 2024.02.22 |
---|---|
2024학년도 편입학 후기 - 5. 한국교원대학교 면접 (7) | 2024.02.22 |
2024학년도 편입학 후기 - 3. 충북대학교 면접 (0) | 2024.02.21 |
2024학년도 편입학 후기 - 2. 인천대학교 면접 (0) | 2024.02.20 |
2024학년도 편입학 후기 - 1.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영어고사 (2) | 2024.02.20 |